친애하는 아리엘 선장,
그리고 하나뿐인 나의 친구에게,
...
오늘은 유독 바닷바람이 거센 날이네요. 바다에 병을 띄우면 반대편 대륙에도 닿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신이 이 별의 조각이 되어버린 날, 저는 검을 팔아서 음식과 약간의 돈을 마련했어요. 차마 목걸이와 모자를 팔 수는 없었거든요. 검을 판 돈은 유흥가에서 도박을 하는데에 사용했어요. 자금을 몽땅 잃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니 걱정 말아요. 제가 영국의 제일가는 타짜라고 말 했었나요? 안 했다면 유감이네요. 다음에 만날 때는 잊지 않고 말해줄게요.
며칠, 아니 몇 달동안 도박판에서 천천히 돈을 불렸어요. 한 번에 일확천금을 따가면 의심받기 마련이거든요. 이곳에 터전을 마련하려면 안전이 우선이니까요. 그렇게 불린 돈으로 배 한 척을 사 무역 사업을 시작했어요. 직접 배를 타고 나가는 건 아니고, 사람을 만나 거래를 체결하거나 서류를 처리하는 업무를 하고 있어요. 남의 배를 타고 나가는 사람보다 책상에 앉아 사업을 하는 사람이 돈을 많이 버니까요. 덕분에 항법 공부는 20년째 손을 놓고 있네요. 이번에는 놀기만 한 건 아니니 만나면 칭찬이라도 해줘요.
사업이 성공하기 전까지는 숙박업소를 배회하며 살았는데, 지금은 항구 근처에 소박한 2층 집을 얻어 그곳에서 지내고 있어요. 제가 죽기전에 이 편지를 본다면 꼭 한 번 놀러와요. 편지 가장 아래에 주소를 적어놓을게요.
아, 맞다. 얼마전에 하모니카 하나랑 책, 그리고 악보를 샀어요. 당신을 위해 음악을 공부하고 싶었거든요. 먼 훗날 당신이 바다에 올랐을 때, 바다 위의 부랑자들이 유령선과 당신을 노래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기억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구상중인 곡이 평소 즐겨듣던 클래식과 전혀 다른 느낌이라 고생을 하고 있지만, 좋은 곡이 나올 것 같아요. 가사는 당신이 붙여줬으면 하는데, 그건 너무 욕심일까요?
며칠간 밤 늦게까지 밀린 서류를 처리했더니 눈이 침침하네요. 안경이라도 하나 장만해야 하나.
이만 줄일게요. 당신이 편지를 언제 받을지 모르니까 전부 적어놔야겠어요.
좋은 아침, 좋은 점심, 좋은 저녁.
바다가 당신에게 편지를 전해줬길 바라며.
...
당신의 아리엘 선장,
그리고 33번 갈매기가.
P.S. 나를 갈매기라 불러놓고 자기가 떠나가버리는 건 너무하지 않아? 물론 내가 할 소리는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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